봄비 내리는 밤 감성으로 물들인 정명훈·조성진의 하모니

도쿄 필하모닉 협연서 기교 뺀 담백한 연주…2차례 앙코르

정명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현장
정명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현장

[크레디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보람 기자 = 한국 클래식을 대표하는 거장 정명훈과 최고의 인기 스타 조성진의 하모니가 봄비 내리는 밤을 감성으로 물들였다.

7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1부를 통해서다. 정명훈이 지휘를, 조성진이 피아노를 맡아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를 선보였다.

슈만이 유일하게 남긴 피아노 협주곡으로 피아니스트의 테크닉과 음악성 외에도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가 요구되는 곡이다.

그는 아내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를 위해 이 곡을 썼지만, 피아노의 기교보다는 하모니를 중시했다. 슈만은 기교에 치중한 협주곡들을 탐탁지 않아 하며 "예술에 공헌한 바가 거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명훈과 눈짓을 주고받은 뒤 피아노에 손을 얹은 조성진은 줄곧 담백하게 건반을 매만지며 오케스트라와 호흡했다.

독주 구간에서도 드라마틱하고 박력 있는 연주보다는 다소 느린 템포로 진심을 고백하는 듯한 연주를 이어 나갔다. 중간중간 정명훈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호흡을 조절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명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서의 조성진
정명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서의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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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채 그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연주가 끝나자 "브라보"를 외치며 세찬 박수를 보냈다.

다시 무대로 돌아온 그가 앙코르로 선보인 첫 곡은 슈만 피아노곡 '어린이의 정경' 제7곡인 '트로이메라이'였다.

'꿈꾸는 일'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조성진의 연주는 콘서트홀 안을 몽환적이고도 아련한 감성으로 가득 채웠다.

두 번째 앙코르곡인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에서는 그의 특기인 테크닉이 빛났다. 빠른 템포에 맞춰 통통 튀기듯 손가락을 움직이자 밝은 음색의 선율이 퍼져나갔다.

1부의 주인공이 조성진이었다면 2부는 정명훈의 시간이었다.

정명훈의 지휘에 따라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연주한 오케스트라는 도입부부터 강렬하고 힘 넘치는 협연을 선보였다.

운명에 사로잡힌 비극으로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희망과 투쟁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특히 4악장에서 오케스트라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탄탄한 호흡으로 승리의 팡파르를 울렸다. 정명훈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정명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현장
정명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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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은 지난 2000년부터 도쿄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췄으며 2016년에는 외국인 최초로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1911년 나고야에서 창단한 일본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인 도쿄 필하모닉이 정식으로 내한 공연하는 건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정명훈이 이끄는 도쿄 필하모닉은 9일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공연을 연다.

정명훈은 지휘는 물론 1부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의 피아노 연주도 맡는다. 2부에서는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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