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30대 가수 이랑, 미술관에서 만나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아워 세트'전

 황희경 기자 = 성능경 작가(왼쪽)와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7일 경기도 수원의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린 '2024 아워세트: 성능경 x 이랑'전 언론공개회에서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2024.5.8.

황희경 기자 = 성능경 작가(왼쪽)와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7일 경기도 수원의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린 '2024 아워세트: 성능경 x 이랑'전 언론공개회에서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2024.5.8.

황희경 기자 = 올해 팔순인 1세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늑대가 나타났다'로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30대 싱어송라이터 이랑(38).

작업하는 매체도 다르고, 세대도 다른 두 사람의 작업을 함께 소개하는 이색적인 전시가 경기도 수원의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리고 있다.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두 창작자의 협업으로 꾸미는 연례 프로그램 '아워 세트'(Our Set)를 진행해 온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올해는 협업보다는 자본주의, 사회, 일상을 예술과 연결 지어 다루는 두 사람의 공통점과 방법론에 주목해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는 '한반도'를 키워드로 시작한다. 지금은 단종된 '백두산' 상표의 빈 생수병을 이용한 성능경의 설치 작업 '백두산'(2018) 뒤로는 이랑이 임진강변에서 재일 교포들의 노래였던 '임진강'을 일본어와 한국 수화로 부르는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2017)가 상영된다. 성능경이 대동여지도 22첩, 244페이지의 사본을 만든 뒤 각 페이지를 무작위로 배치한 '대동여지도: 통일 Korea'는 미학적 방법으로 통일을 상상한 신작이다.

전시 전경[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전경[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다른 전시장에서는 현실을 우화처럼 표현한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사 검열이 이뤄지던 시대, 검열된 신문을 작가가 다시 '검열'하는 의미로 신문 기사를 잘라냈던 성능경의 대표 퍼포먼스 작업인 '신문읽기'가 전시된다.

두 사람은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성능경은 사진, 퍼포먼스, 설치, 드로잉 작업을 종횡무진 오가고 이랑 역시 노래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연출과 편집도 한다. 그는 또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고 만화도 그린다. 전시에서는 이랑의 뮤직비디오 작업과 그동안 출간한 책, 앨범들도 함께 소개한다.

전시 전경[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전경[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성능경은 이랑을 두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설치 작업을 하려고 했던 의자를 이용해 입는 행위를 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면서 "상상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랑은 "미술관 전시는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면서 "성능경 작가에게서 예술에 대한 태도, 특히 성실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4일까지. 무료 관람.

한편 지난해 네 차례 개인전을 열고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실험미술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크게 주목받았던 성능경은 올해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성능경은 현재 서울 성수동의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에서도 전시를 진행 중이다. 10년간 작가의 자녀들을 찍은 사진 중 초점이 맞지 않거나 실수로 셔터가 눌려 망친 사진들을 모은 'S씨의 자손들-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 연작과 아이들이 광고 스티커 전단을 피아노에 붙이는 놀이 행위에서 시작해 30여년간 이어온 '피아노 모독'이 28일까지 전시된다. 또 대구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이며 지난해 전속 계약을 맺은 미국의 유명 갤러리 리만머핀의 뉴욕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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