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넘기고 뇌물받은 검사…고법 "기소는 유효…형량엔 고려"

사기 피고인 재심…재판부 "수뢰 이유만으로 수사·기소 부당 단정못해"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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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성민, 장지현]

이영섭 권희원 기자 = 사기 혐의자를 재판에 넘긴 검사가 피해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더라도 수사와 기소 과정 전체가 부당하게 오염된 게 아니라면 기소는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런 사정이 형량 산정에는 고려돼야 한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된 A씨가 청구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받은 사실만으로 수사·기소 등 모든 행위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피해 회복을 받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기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선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한 것 자체는 정당하며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소 자체를 무효로 할 순 없다"며 "기소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뇌물을 받은 수사 검사가 공판 검사의 법정 신문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검사가 편향적으로 신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봐야 하며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2008년 5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던 A씨는 2010년 5월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그런데 검사가 기소 뒤 자신을 고소한 사람에게서 뇌물과 접대를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뒤늦게 알고 2021년 재심을 청구했다.

담당 검사가 직무에 관해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형사사건 재심이 결정된 사례는 A씨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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