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세금' 부담금 10개 중 4개꼴 구조조정…첫 전면정비

18개 폐지·14개 감면…1961년 신설 '1호 부담금'도 63년 만에 폐지

"2조원 국민·기업 부담 경감"…부담금 10년 존속하면 '예외없이' 없앤다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배재만 기자 =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네 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2024.3.27

이준서 기자 = '그림자 조세'로 불리는 법정부담금이 대폭 구조조정된다. 지난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시행 이후로 첫 전면 정비다.

전체 91개 부담금의 40%가량이 폐지 또는 감면된다. 국민건강, 환경보전,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는 부담금을 제외하고 모두 수술대에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오후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래픽] 부담금 규모 추이
[그래픽] 부담금 규모 추이

김민지 기자 =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에 따르면 91개 부담금 중 18개가 폐지되고 14개는 감면된다. 금액으로는 연간 2조원(폐지 5천억원·감면 1조5천억원) 규모다.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에게 필요 재원을 거두는 특별한 재정책임이다.

영화 티켓값에 들어있는 영화발전기금처럼 국민이 '나도 모르게' 지출하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당초 올해 부담금 징수계획은 24조6천억원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18개는 폐지되고, 14개는 감면된다. 지난 1월 폐지된 4개까지 포함하면 총 36개 부담금을 구조조정한 셈이다.

부담금 수는 91개에서 69개로 22개 줄어든다. 금액으로는 연간 2조원(폐지 5천억원·감면 1조5천억원) 규모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2002년 관리체계 도입 이후 최초의 전면 개편으로, 관행적인 부담금을 일제히 정비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연간 2조원의 국민·기업 부담이 경감되는 것으로, 전체 정비 대상 부담금(9조6천억원)의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

[출처: 기획재정부]

국민 실생활에서 직접 경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부담금으로는 총 8개가 정비된다.

영화관람료의 3%가 부과되는 입장권 부과금은 폐지된다.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은 1만1천원에서 7천원으로 4천원 할인되고 면제 기준은 현 2세에서 12세로 상향 조정된다.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전력기금부담금 요율은 현 3.7%에서 내년 7월 2.7%로 단계적으로 1.0%포인트 인하된다

곧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들이다. 가령, 그동안 관객들이 부담했던 부담금이 폐지되는 만큼, 영화 티켓 가격은 최소 500원(관람료 1만5천원 기준) 내려가야 한다.

기업 관련 부담금으로는 11개가 구조조정된다.

분양사업자에게 분양가격의 0.8%(공동주택)를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은 폐지된다. 개발사업시행자에게 개발이익의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은 한시적으로 감면(수도권 50%) 또는 면제(비수도권)된다.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다.

농지보전부담금은 비농업진흥지역에 대해 부과 요율이 인하되고, 껌 제조업체로부터 판매가의 1.8%를 징수했던 껌 폐기물부담금은 폐지된다.

그밖에 주변 여건이 변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 부담금 13개가 모두 폐지된다.

1961년 신설된 '1호 부담금'으로서 63년간 존속한 도로손괴자 원인자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보험 가입 보편화로 도로손괴자에게 직접 유지보수 비용을 청구할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징수실적이 거의 없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7월 1일부터 영화 관람료 소득 공제
7월 1일부터 영화 관람료 소득 공제

류효림 기자 = 2일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이달부터 영화관람료 소득 공제가 시행된다. 2023.7.2

부담금 정비분 2조원가량의 재원은 대부분 기금별 여윳돈 또는 정부재정 등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개별 부담금은 특정 기금 또는 사업의 재원이 된다. 가령, 영화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 재원이 된다.

정부는 기금별 여유 재원을 활용하거나, 취약계층·영화산업 지원 등 필요사업에 대해서는 일반재정으로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낮은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징수한 부담금 수입 때문에 존속된 사업들에 대해선 지출 효율화를 추진한다고 입장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 사항에 대해선 올해 7월 일괄 시행하고, 입법 사안은 올해 하반기 국회에 '부담금관리기본법 전면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부담금 정비 방안 브리핑
부담금 정비 방안 브리핑

배재만 기자 =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세 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2024.3.27

기재부는 "이번 정비 이후에도 존치되는 69개 부담금에 대해서도 타당성과 적정성을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부담금관리기본법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존속 기한이 만료되더라도 '예외 조항'을 명분으로 줄줄이 연장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부담금에 '예외 없이' 10년 이내 기한을 설정하기로 했다.

부담금 신설의 문턱도 높인다. 새로 만드는 부담금에 대해서는 '신설 타당성평가'를 도입하고, 부담금분쟁조정위원회도 신설해 관련 분쟁을 심사·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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