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은…"장기적" vs "제한적"

씨티 "장기적 영향…사우디 감산 완화에 부정적일 수도"

모건스탠리 등 "제한적 영향…타국 확산 가능성 작아"

이스라엘 국기 앞쪽으로 보이는 오일 펌프 잭[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 국기 앞쪽으로 보이는 오일 펌프 잭[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김기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해 국제 석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의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인 에드 모스는 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관련해 국제 유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이번 충돌의 결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부의 기대와 달리 감산을 완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 책임자는 또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더욱 엄격한 제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밖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소속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하마스의 공격 계획에 도움을 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의 나세르 카나니 대변인은 "이란의 역할과 관련된 의혹 제기는 정치적 이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자국의 관련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모스 책임자는 또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이라크, 리비아, 알제리 등 소위 '5개 취약국'(fragile five)과 함께 이란의 생산에 다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 내 생산량을 늘리도록 기업들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결국은 충돌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란의 경우 원유 생산은 하루 300만배럴 이상, 수출은 하루 200만배럴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추가 제재로 인해 이러한 이란의 원유 공급이 제할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에너지 트레이더인 레베카 바빈은 "최근 원유는 지정학적 사건들에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고 가격 인상은 오래가지 못했다"면서도 시장은 공급 차질 가능성에 특히 민감한 만큼 이번에는 예외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반면, 에너지 솔루션 전문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일일 보고서에서 이번 분쟁과 관련해 원유 공급이나 수요에 의미 있고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면서 긴장 고조에 따른 일반적인 리스크로 가격이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 리서치 겸 분석 담당 매니저 로비 프레이저는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내 원유 생산량은 기본적으로 제로"라며 인근 지역의 정제 제품 수요만으로는 세계 시장 상황을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이번 분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이번 충돌이 다른 국가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만큼 원유 가격에 미칠 장기적 영향이 미미하리라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판단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소시에테제네랄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원유 가격에 5~10달러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유가는 9일 뉴욕시장에서 4% 이상 급등했다.

석유 옵션 시장도 향후 유가의 상승을 기대하며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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