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70마리 탈출' 오인신고 해프닝…견주·농민 간 갈등 탓

"개들 때문에 농작물 피해 본 주변 농민이 참다 못해 신고"

대전 동구청 "위급 상황으로 판단, 매뉴얼대로 재난문자 송출"

A씨의 개 농장
A씨의 개 농장

촬영 이주형

이주형 기자 = 8일 오전 대전 삼괴동의 개 농장에서 '맹견 70여마리가 탈출했다'는 재난문자가 송출된 것은 오인 신고 때문으로 확인됐다.

해당 농장은 A(60대)씨가 개인적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장소로, 개 농장을 둘러싼 인근 농민들과의 지속적인 마찰이 112·119 오인 신고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44분께 '사람을 물 것 같은 큰 개가 돌아다닌다', '개 농장에서 개 70마리가 탈출했다'는 이 농장 인근 농지주의 신고가 경찰과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신고 내용을 통보받은 대전 동구청은 오전 10시에 '맹견 70여마리가 탈출했으니 해당 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안전한 장소로 즉시 대피하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송출했다.

그러나 경찰·행정당국 현장 조사 결과 실제로 농장을 이탈한 개는 모두 3마리로, 맹견이 아닌 10kg 미만의 잡종견으로 확인됐다.

이날 A씨 농장에는 개 30여마리가 있었는데, 진돗개 1마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말티즈 견종 크기의 소형견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수년 전부터 이곳에서 개를 키워왔는데, 번식이나 식용 목적의 사육이 아니었던 탓에 별다른 행정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일부 개들이 농장 밖으로 나가 농작물을 망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져 최근까지 인근 농민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농장과 맞닿은 밭
A씨의 농장과 맞닿은 밭

촬영 이주형

이로 인해 농장에 왕래하지 않게 된 인근 농민들은 수년간 개들 때문에 농작물 피해를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B(50대)씨는 "농장과 밭 경계에 그물 식 울타리가 설치됐는데 이게 허술해서 개들이 자주 들어와 농작물을 밟아버리거나, 땅을 헤집고 다닌다"며 "민원도 넣어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C(60대)씨는 "농장 옆에서 밭을 부치는 한 주민이 오늘 참다 참다 경찰과 소방에 신고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견주 A씨는 "유기견을 데려와 보살피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울타리를 보강하고, 자주 이탈하는 개에 대해서는 목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이날 재난 문자 송출 이후 설명자료를 내고 재난문자 내용에 오류가 있었다며 내용을 정정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당국 신고내용을 토대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매뉴얼대로 재난문자를 보냈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맹견으로 표현했는데,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동물을 학대하거나, 불법 번식, 도살한 정황이 없어 사육을 강제로 막을 권한은 없는 상황"이라며 "인근 주민들과 함께 해결책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개 70마리가 농장에서 탈출했다'고 밝힌 신고자를 상대로 허위신고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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