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자지구…시가전 공포 속 휴전협상 진통 지속

이스라엘, 라파 침공방침 고수…민간인 대량살상 우려

종전이냐 일시휴전이냐 이견에 협상 계속 교착상태

"이, 협상지렛대로 군사작전"…CIA국장, 네타냐후 곧 접견

이스라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가자지구
이스라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가자지구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이 탱크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진격을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어렵사리 협상을 재개하면서 혼돈의 가자 전쟁이 또다시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 하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했다.

하마스는 전날 중재국들이 제시한 휴전안을 수용했지만, 여기에는 이스라엘군 전면 철수와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같이 이스라엘이 사전에 양해하지 않은 방안들이 담겨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협상 재개 사실을 공개한 후 "양측의 입장에 대해 면밀히 평가해보면 양측이 남아있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은 논의되던 협상안에서 파생된 '수정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의 조기 타결을 희망하면서도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협상 난항은 예고된 일이다.

이스라엘은 전날 협상단을 보내면서 "하마스 제안이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를 충족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영구적 휴전'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의 휴전 제안은 라파 진입 작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팀에 인질 석방 및 안보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라파와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를 제거하거나 첫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이로에 파견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막후 조율하기로 했다.

번스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가자 민간인 보호책을 압박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이스라엘 남부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할 수 있는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까지 폐쇄했다.

협상 결렬 시 즉각적으로 광범위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주요 통로를 확보한 것이어서 라파 시가전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지상전을 막으려고 애쓰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국경검문소 장악이 대규모 라파 공세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와 규모, 시간의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면서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라파 검문소 장악은 휴전·인질 협상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하마스에 '이스라엘이 원하는 곳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다만, 협상이 결렬되면 이스라엘군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라파 시가전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로 구호품이 들어가는 주요 통로인 검문소 두곳이 차단되면서 라파에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인구 230명의 절반이 넘는 140만명이 피란한 상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라파와 케렘 샬롬 검문소의 폐쇄는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특히 큰 해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의 작전이 라파에 대한 인도적 지원 흐름을 막을 위험이 크다면서 비난하고 "확전을 막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라"고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것들(검문소들)이 봉쇄된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이 케렘 샬롬 검문소를 8일 재개방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라파를 떠나고 있는 가자 주민들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라파를 떠나고 있는 가자 주민들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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