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악랄해진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유인 '자기 촬영' 늘었다

여가부, '아동·청소년 성범죄 판결' 분석…'딥페이크' 영상물 1→14건 급증

최종심 절반 '집유에도' 성착취물 처벌 강해져 '벌금형 0건'

피해자 나이 14.6세→13.9세 '연소화'…'온라인 그루밍 안심앱' 시범 운영

SNS 범죄 노출된 아이들…원스톱 모니터링 필요 (CG)
SNS 범죄 노출된 아이들…원스톱 모니터링 필요 (CG)

[TV 제공]

이상서 기자 = '디지털 성범죄'가 더 악랄해졌다.

과거 가해자가 피해자를 불법 촬영해 제작하는 방식에서 피해자를 유인·협박·강요해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는 방법으로 범죄 수법이 교묘해진 것이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성 착취를 위해 성적 대화나 행위를 유도하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피해자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물 제작 범죄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25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2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가부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형정원)에 의뢰해 2022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범죄자의 판결문을 기초로 범죄 양상과 특성, 피해자 관련 사항, 최종심 선고 결과를 분석했다.

◇ '유인·협박·강요' 피해자 자기촬영·딥페이크 영상 증가

성착취물 범죄 양형기준 강화 촉구
성착취물 범죄 양형기준 강화 촉구

2022년 9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보당 당원들이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 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 자료사진]

2022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신상정보가 등록된 분석 대상 가해자는 총 2천913명, 피해자는 3천736명이었다.

가해자를 기준으로 범죄 유형을 보면 강제추행이 3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간(24.0%), 아동·청소년 성착취물(16.8%), 성매수(6.0%) 등의 순이었다.

19세 미만 미성년 가해자는 11.7%였고, 가해자의 12.8%가 동종전과를 가진 재범자였다.

디지털 성범죄를 보면 피해 이미지 형태는 동영상 49.1%, 사진이 48.3%였다.

피해 아동·청소년의 성적 이미지 제작 방법으로는 가해자가 촬영·제작하는 방식은 44.6%로, 2019년(72.7%)보다 28.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유인·협박 등에 의한 피해자의 자기 촬영·제작 방식은 같은 기간 19.1%에서 52.9%로 크게 높아졌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대화를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온라인 환심형 범죄인 그루밍 범죄 등이 증가하면서 아동·청소년 스스로 성착취물을 촬영해 넘기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형정원에 따르면 2021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에 따라 온라인 그루밍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서 이번 분석 대상 가해자에게도 이런 사례가 처음 나타났다.

다만 다른 범죄 유형과 겹치는 경우가 빈번해 실제 온라인 그루밍으로 분류된 사례는 2건에 그쳤다.

피해자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물' 제작은 14건으로, 2019년(1건)보다 급증했다.

유포 협박이 있었던 경우는 20.8%로, 2019년(8.5%)보다 곱절 이상 늘었다.

유포된 이미지에서 피해 아동·청소년을 식별할 수 있던 경우는 32.8%로, 2019년(25.4%)보다 늘었다.

◇ 절반 '집유'에도 '징역형' 늘었다…'성착취물' 벌금형 0건

경찰, '제2 n번방' 주범 '엘' 호주서 검거
경찰, '제2 n번방' 주범 '엘' 호주서 검거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20대 중반 남성 A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2022년 11월 23일 검거했다. 사진은 호주에서 검거된 '제2 n번방' 주범 '엘'. [ 자료사진]

최종심 선고 결과로는 집행유예가 5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징역형 38.3%, 벌금형 6.3%였다.

2017년과 비교해 징역형 비율은 33.8%에서 38.3%로 높아졌고, 벌금형 비율은 14.4%에서 6.3%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성착취물 범죄의 징역형 비율은 35.5%에서 38.0%로 올랐고, 벌금형 비율은 7.9%에서 0.0%로 줄었다.

징역형의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범죄 유형은 성매매 강요(78.8%)와 성매매 알선·영업(75.8%)이다.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47.3개월(약 4년)로 나타났다.

강간은 65.4개월(5년 5.4개월), 유사강간은 62.8개월(5년 2.8개월), 성착취물은 48.0개월(4년)로 평균 형량보다 높았다.

성착취물의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2017년 24.1개월에서 2022년 48.0개월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1심 판결 기준으로 전자장치 부착이 선고된 성폭력 가해자는 전체 3.4%였고, 부착 기간은 평균 120.6개월(약 10년)이었다.

특별준수사항을 살펴보면 치료 프로그램 이수(98.4%), 피해자 등 접근 금지(91.8%)가 높게 나타났다.

◇ 더 어려지는 피해자…59.9% "가해자 아는 사람"

여성·청소년 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91.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2017년과 비교해 성폭력 범죄에서 남아 피해자 비율은 6.5%에서 7.8%로, 남성 청소년 피해자 비율은 3.5%에서 5.8%로 늘었다.

피해자 평균 연령은 2017년 14.6세에서 2022년 13.9세로 낮아졌다. 피해자의 25.4%는 13세 미만이었다.

가해자 유형으로는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이 59.9%로 절반이 넘었다. 이어 전혀 모르는 사람이 29.4%, 가족 및 친척이 7.6%, 관계 미상이 3.1%의 순이었다.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에 의한 성범죄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33.7%)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은 선생님(6.1%), 애인이나 이성 친구(4.6%), 기타 아는 사람(3.6%) 등이다.

여가부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지역특화상담소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과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 및 치유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플랫폼 '디클'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25일부터는 온라인 그루밍 관련 성범죄 정황이 의심되면 바로 피해를 접수할 수 있는 '온라인 그루밍 안심앱'(안심앱) 서비스도 시범 운영한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안심앱'이 효과적인 피해 접수 채널이 되도록 홍보하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 제공]

[그래픽]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 분석 주요 결과
[그래픽]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 분석 주요 결과

원형민 기자 =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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