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재보복 딜레마…확전이냐 대이란 억제력 약화냐

전쟁내각 '전면전 없는 고통스러운 보복' 고심

너무 강력할 경우 미국과 추가 관계악화 공포

미약하면 이란 대담해져 장기적 안보위협 커져

서혜림 기자 =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한 대응을 놓고 이스라엘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보복이 너무 강력하면 동맹, 주변국과 관계가 파탄 날 수 있고 너무 약할 경우 이란의 담력을 키워 안보위협을 부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전쟁내각이 긴급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 보복의 대원칙에는 이 같은 고심이 잘 반영돼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전시내각에서 논의된 보복 선택지는 모두 역내 전쟁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이란에 고통스러운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바이든 "어떤 반격에도 반대"…미국 등 동맹국 자제 전면압박

이스라엘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중동 내 생존을 뒷받침해주는 최대 우군인 미국의 자제 압박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급습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의 가장 충실한 우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쟁의 장기화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충돌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휴전을 압박하며 상황 관리에 안간힘을 써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주재 영사관 폭격이 촉발한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중동이 최악의 확전 위기에 직면하자 이스라엘을 향해 단호한 '자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오늘 밤을 승리로 여겨야 한다' 등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브리핑과 익명을 전제로 한 발언 등을 통해 주변국 누구도 확전을 원치 않으며 이스라엘이 반격에 신중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러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주변국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쟁 전략·전술적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가 상당하다.

이란의 이번 공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과정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뿐만 아니라 아랍권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란 측 발사체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
이란 측 발사체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심한 대가 묻지 않으면 대이란 억지력에 문제 생길 수도

다만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을 시 직면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보 위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공습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의 본토를 직접 공격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아울러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후티도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쪽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란이 '저항의 축'이라고 명명하며 키워온 무장 단체들과 함께 동시 공격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의 안보가 크게 위협받은 셈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란과 그 동맹들은 현재 수십만 기 미사일과 다양한 종류의 로켓을 보유했다"며 이들의 미사일 발사를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자국의 억제력이 타격을 입은 데 대해 우려하면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장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NYT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명백한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에서 열린 네타냐후 총리 반대 집회
텔아비브에서 열린 네타냐후 총리 반대 집회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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