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의원선거에 경쟁 도입…사전심사서 '복수후보' 놓고 투표

개정한 선거법 내용 공개…26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지난 2019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투표 나선 북한 김정은
지난 2019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투표 나선 북한 김정은

[ 자료사진]

이상현 기자 = 북한이 오는 26일 열리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의 후보자 선정 단계에서 복수의 인물을 추천하고 표결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따르면 최근 개정한 대의원 선거법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일부 선거구에서 지역·부문·직업·직급·남녀별 균형을 고려해 대의원 후보자 2명이 추천된다.

이는 그동안 사실상 노동당이 내정한 인사 1명이 단독 후보로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초보적 수준이지만 선거에 '경쟁'을 도입한 셈이다. 다만, 1명의 후보자를 선발하는 선거구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어 수백명 규모로 구성된 '선거자회의'의 '자격 심의'가 진행된다. 후보자들의 직장, 직위, 경력, 공로 등을 토대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한다.

매체는 대의원 후보자의 자격 기준으로 '충실성', '혁명성', '애국심', '도덕품성' 등을 들었다.

이후 투표를 통해 후보자의 최종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데, 복수의 인물이 추천된 선거구에서는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등록하게 된다. 만약 지지표 숫자가 같으면 선거자들을 더 참가시켜 추가 투표를 진행한다고 민주조선은 설명했다.

선거법은 또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선거구에 직접 나가 지역을 살피고 유권자들과 만나기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7차 전원회의에서 대의원선거법을 개정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선거제도를 이처럼 변화시킨 것은 주민 참정권이 제한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심화하는 경제난 속 민심을 다독일 필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 사설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국가와 인민을 양심으로, 신념으로, 심장으로 받들 줄 아는 사람, 당, 국가, 인민을 위해 한가지라도 더 유익하고 훌륭한 일을 찾아하는 사람으로 확고히 인정되는 대표들이 대의원으로 선출되게 된다"고 밝혀 선거 제도 변화의 방점이 주민들의 '인정'에 찍혔음을 강조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민의 지지를 받는 노동자나 농민, 일부 하급 간부들이 후보자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이어 "외면적으로 일부 진전된 조치로 평가된다"면서도 "후보자 자격과 같은 세부 내용을 보면 결국 김정은 체제 강화를 위한 자구책의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유권자회의와 예비투표가 진행됐다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 2명의 신원과 경력을 듣고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7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발표를 인용해 "도(직할시), 시(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2023년 11월 26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남쪽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는 광역의회 격인 도 인민회의와 기초의회 격인 시ㆍ군 인민회의가 있다. 각 인민회의는 인구비례에 따라 4년마다 선출되는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한편 북한의 이런 선거제도 변화가 이번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앞으로 남쪽의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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